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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사

푸틴의 세계관에 대한 분석 및 평가: 2023년 국정연설

by JeanJac 2023. 5. 4.

2023년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outine, 1952-)의 국정연설 그 자체로 분석하고 해석할 점들이 많아 보인다. 정치인들의 정신상태를 지레짐작하는 일은 그 사람이 개입된 사태 파악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가짜정보 양산에 힘을 보태는 일이 되는 것 같다. '미쳤다'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다음의 렉스 프리드만의 유튜브에 나왔던, 부시, 오바마, 트럼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을 맡았고 러시아 외교 정책 전문가(presidential advisor and foreign policy expert specializing in Russia)인 피오나 힐(Fiona Hill, 1965-)의 판단[각주:1]처럼, 자신의 세계관과 목표 성취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https://youtu.be/vNhSCF9i8Qs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해당 인물이 대표하는 집단(혹은 세력)의 세계관과 목표,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성취를 위해 동원된 장치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한 예측, 그리고 이에대한 준비이지 않을까. 

 

다음의 영상에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président de la Commission européenne)을 역임한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José Manuel Durao Barroso, 1956-)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푸틴을 25번 만났다. [...] 나는 푸틴을 합리적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감정이 앞섰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그는 서방을 향한 실망과 원한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게 단지 서방만을 향한게 아니다. 그건 과거와 역사를 향해서이기도하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각주:2]

 

https://youtu.be/cKTek690LUs

 

피오나 힐이나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의 관찰과 판단도 그렇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차르와 소련 연방이 대표하는 러시아의 '화려한' 과거에 대한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나며, 그 의지 실현을 진행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되는 듯하다.

 

이것은 자신이 속한 것으로 여기는 국가, 민족 등에 대해, 자격이 없는 사람을 가려내는, 배제를 원칙으로 한 무리짓기, 그 집단의 우월함에 대한 피력, 그 집단으로 정의내린 세력이 현재보다 넓게 차지했던 과거의 영토에 대한 수복 등을 꿈꾸는 이데올로기일텐데, 21세기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빠져버리는 망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겠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2023년 2월 21일 국정 연설

 

다음의 France24 채널에 올려놓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연설 영상을 보았다. 

 

https://www.france24.com/fr/vid%C3%A9o/20230221-replay-discours-de-vladimir-poutine-devant-la-nation

 

REPLAY - Discours de Vladimir Poutine devant la Nation - France 24

 

www.france24.com

 

연설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신문 기사들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4728405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 대통령 연설의 팩트체크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일련의 주장을 펼쳤고, 서방 국가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www.bbc.com

 

https://www.france24.com/fr/europe/20230221-vladimir-poutine-fustige-l-occident-qu-il-accuse-de-russophobie

 

Face à la Nation, Vladimir Poutine fustige l'Occident qu'il accuse de "russophobie"

Près d'un an après l'invasion de l'Ukraine, Vladimir Poutine a accusé l'Occident d'utiliser le conflit pour "en finir" avec la Russie, dans un discours annuel sur l'état de la nation très offensif.

www.france24.com

 

https://fr.euronews.com/2023/02/21/discours-de-vladimir-poutine-le-faux-et-le-vrai

 

Discours de Vladimir Poutine : le faux et le vrai

Fact-checking - Le discours annuel de Vladimir Poutine décrypté par Euronews : le faux et le vrai

fr.euronews.com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석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다음은 도미니크 모이시의 의견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거짓말의 제국이 되었다. [...] 푸틴은 서방세계가 소련의 끝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건 완전히 거짓이다. 소련의 시스템 자체가 스스로 붕괴한 것이다. 역사를 보자면, 91년의 국민투표를 살펴봐야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대다수 (94%) 독립에 투표했다." 

 

"러시아는 2010년에 싸인하고, 2021년에 연장한 핵확산방지조약을 (파기는 아닌) 중단한다고 했고, 중단에도 불구하고 이 조약은 존중한다고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푸틴의 입장에선 당신들이 나를 한계로 몰고간 것이고 당신들 책임이라는 의미이다."

 

"푸틴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서방이 약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2013년 시리아의  바시알라사드가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서방을 박살낼, 자신이 더 강함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고 여긴 것이다." 도미니크 모이시, in Les Matins LCI, le 22 février 2023.

 

https://youtu.be/FkwsjLVJpDc

 

우크라이나 침공 1년 후, 블라디미르 푸틴의 연설의 쟁점

 

블리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후의 연설에서는 전선의 확립, 그 전선의 반대편에 대한 격화된 적대감, 공격을 위한 프레임 형성, 목표 추구를 위한 기만 등이 보여진다. 

 

먼저 연설 무대 미장센이 그냥 아무렇게나 해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정 정치, 종교 세력이 대중선동을 위해 사용했던 장치들과 비교해볼 요소들이 여럿 보인다. 표정, 제스쳐, 목소리 톤, 괜객들의 모습 등등 하나하나 정보, 메세지를 담고 있다. 

France24 채널에 올려진 연설 동영상 45초 부분.

 

프레임 형성과 관련해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족은 남녀로 구성되어야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국가 및 세계의 가치로 내세우며, 이보다 민주적이며 열린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를 '서방'으로 칭하고 이를 적으로 몰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종교들을 자신이 주장하는 '근본주의'이데올로기의 지지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연설 중에서, 특히 France24채널의 16분45초부터 17분10초 사이에 나오는 부분이 굉장히 문제적이라 할 수 있겠다. 

 

"[...] 그들[서방]은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를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미디어 및 정보 분야로 공격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을 공격하고, 역사적 사실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합니다. 그들은 자국민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요? 가족, 문화 및 국가 정체성을 파괴합니다. 소아 성애가 그들의 삶에서 표준이되고 있으며 사제들은 동성 결혼을 축복하도록 강요 받고 있습니다. 성인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아무도 그들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경전을보고 세계의 모든 종교의 원칙을보고 그들에게 말해야합니다. 모든게 거기에 말해져 있습니다. 가족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박수)

그러나 이러한 신성한 텍스트조차도 의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미국 교회는 우리에게 성별이 불확실한 신의 형상을 만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수)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서구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그들이 진정한 영적 재앙으로 인도되고 있으며 엘리트들이 광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치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퇴행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야 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국정연설, 2023년 2월 21일.

"[...] Ils[Occident] ne peuvent pas ne pas se rendre compte du fait que il est impossible de vaincre la Russie sur le terrain militaire. Voilà pourquoi ils multiplient les attaques dans le champs des médias dans le champ de l'information. Ils s'attaquent aux jeunes et là encore une fois et constamment ils pervertissent les faits historiques et continuent leurs attaques sur une autre histoire sur la l'église orthodoxe russe. Qu'est-ce qu'ils font avec leur propre peuple ? La destruction de la famille de la l'identité culturelle et nationale. La pédophilie devient la norme dans leur vie et les prêtres sont contraints de donner leur bénédiction à des mariages homosexules. Les adultes ont le droit de vivre comme il l'entendait nous avons bien sûr reconnaissance de ce fait personne ne chercher à s'immiscer dans la vie privée était être mais il faut leur dire mais regarder les écritures saintes regarder les principes de toutes les religions du monde, tout est dit y compris le fait que la famille c'est l'alliance entre un homme et une femme.

(Applaudissment)

Mais même ces textes sacrés sont l'objet de mise en doute. L'église américaine nous dit donc à l'intetion de créer l'image d'un Dieux au genre indéterminé.

(Applaudissment)

Ils ne savent pas ce qu'ils font des millions de gens en Occident sont conscients du fait qu'on les mènent vers une catastrophe sprituelle véritable et les élites sont en train de sombrer dans la démence. Il ne se soigne pas. C'est l'heure à faire mais nous devons défendre nos enfant contre cette dégradation et donc contre cette dégénérescnece. 

(Applaudissment)"

Vlamidir Poutine, le 21 février 2021. France24채널 영상 16분45초부터 17분10초 사이 : https://www.france24.com/fr/vid%C3%A9o/20230221-replay-discours-de-vladimir-poutine-devant-la-nation (DeepL의 1차 번역물 수정.)

 

러시아어를 프랑스어로 통역한 부분을 받아적고 번역한 것이라 의미가 불분명할 수 있겠지만, 충격적인 부분이다. 이는 서방과 동방, 비종교인과 종교인, 동성애자 이성애자 등으로 전선을 만들고, 아군과 적을 구분짓는 프레임을 만드는 작업일 수 있겠다. 호모포비아, 미조지니가 투영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 갖을 수 있는 소속감이나 자긍심, 불안감 등을 자극해서 이와같은 이데올로기로 변질시키는 작업일 수 있겠다. 이것은 자국의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정책으로도 이어지곤한다. 

 

서방, 동방을 구분짓는 것과같은 태도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나태하게' 받아들이는 세계관일텐데,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을 대치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겠다[각주:3]

 

21세기임에도불구하고, 정교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도 많고, 동성결혼같은 민주적 가치에 대해서 말도 꺼내기 힘든 사회도 많고, 특정 성별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도 힘든 사회도 아직 많은 게 사실이다. 자크 아탈리나 에마뉘엘 토드의 의견처럼 제 3차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판단해볼 수 있을테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2023년 연설은, 이와같은 '취약한' 세계적 상황에서 '자긍심'을 증오'로 변질시키는 '정치기술자'들의 시도들이 본격화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예고하는 메세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왜 사람들이 각종 근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해볼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연설 자료로도 다뤄질 수 있겠다. 

 

2023.04.28 - [사회역사] - 예견되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제3차 세계 대전

 

예견되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제3차 세계 대전

국제 정세와 관련된 주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때문에 더, 여러 학자들의 분석을 듣고 판단을 해야한다. 예언과같은 정신적 착오로부터 배설되어 나오는 가짜 정보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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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라다 이베코비치의 의견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23.02.22 - [언어인문] - 번역, 동서양 통찰, 권리, 전쟁 등에 대한 라다 이베코비치의 성찰

 

번역, 동서양 통찰, 권리, 전쟁 등에 대한 라다 이베코비치의 성찰

인터넷으로 연구 주제와 관련된 글을 찾는 일이 많다. 번역과 관련된 라다 이베코비치의 글들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 연습장에 끄적인다. '번역가능함과 번역불가함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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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이 다루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개인적인 방식의 정보 취합과 생각 정리 과정일뿐이다.)

 

 

 

  1. "We've got to have strategic empathy about Putine as well we've got to understand how the guy thinks and why he thinks like he does. You know he has got his own context in his own frame and his own rationale. And he is rational, he is a rational actor in his own context. We've got to understant that he would take offense at something and he would take action over something. It doesn't mean to say that you know we are necessaray to blame by taking actions but we are to blame and we don't understant the consequences of things that we do and act accordingly or you know take preventative action or recongnize that something might happen as a result of something." Fiona Hill, in « Fiona Hill: Vladimir Putin and Donald Trump », Lex Fridman Podcast #335, 4 november 2022. [본문으로]
  2. in 노르마 페르쉬(Norma Percy), Le coup d'éssaie. Face à Poutine, 2022. [본문으로]
  3. 이와관련해서 다음 방송도 참고. « Quand Vladimir Poutine menace des opposants : retour en force ou signe de faibless ? », in L'Esprit public, le 25 avril 2021, disponible sur la page suivante : https://www.radiofrance.fr/franceculture/podcasts/l-esprit-public/quand-vladimir-poutine-menace-des-opposants-retour-en-force-ou-signe-de-faiblesse-1351838  (consulté le 4 mai 202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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