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상소리

다음 소희, 모두가 책임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by JeanJac 2023. 4. 14.

프랑스 위키피디아 해당 영화 페이지에 담긴 포스터

부당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을 때, 영혼을 죽이거나 몸을 죽여야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사람들은 죽을 용기로 살아라라고, 자살을 거꾸로하면 살자라고 말하곤한다. 어쩌면 소희는 살려고, 자신을 지키려고 물 속으로 걸어들어갔을 것이다. 영혼을 죽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사회성이 좋다'는 칭호가 내려지기도 하는 이상한 곳이기 때문이다. 소희가 몸을 던진건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느끼던 벽들과 닮았다. 그 누구도 자기 잘못이 아니라한다. 적당히 하라 한다. 부당함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을 바꿔야하는 상황인데, 그걸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질책한다. 그 사람이 떠날 수밖에 없다. 소희에겐 밖으로 나가는 길이 물 속의 길이었을 것이다. 

 

사이코패스같은 사람이 선생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도 있었다. '사랑의 매'라는 말도안되는 조합어도 미화시켜 통용시킨 사회였다. 지금은 나아졌을거라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정말 나아졌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다음 소희가 21세기 한 사회의 현실이었다면 긍정의 대답을 하기는 힘들겠다. 

 

이윤을 올리는 성과를 내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부당함을 묵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영화 뒷부분에 나오는 분노하고 따지기라도 하는 어른이 있다는 설정이 판타지로 보일 정도로 부당함의 벽이 아직도 두터운 듯 보인다. 

 

다큐멘터리 스칸다나비아의 행복의 비밀에서 그곳에 사는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자기가 사는 곳에서는 카페에서 지갑을 두고 나왔을 때, 그냥 아차 놓고왔구나 하고 다시 가서 찾아오면 된다고. 그런데 대한민국도 이렇지 않나? 

 

2023.03.30 - [예술/영화] - 스칸다나비아의 행복의 비밀

 

스칸다나비아의 행복의 비밀

제스퍼 스코닝(Jesper Skaaning)의 다큐멘터리 행복만들기(Building Happiness, 덴마크, 2019)의 내용. 프랑스어로 아르떼 채널에서 봤고, 스칸디나비아의 행복의 비밀(Le secret du bonheur scandinave)이라는 제목

a4riz.tistory.com

 

생각해보면, 스칸다나비아 사회와 대한민국 사회의 공통되는 점들도 여럿 보인다. 위의 경험담의 예는, 스칸디나비아의 행복의 비밀로 얘기되었던 네가지 요소 중에 신뢰와 공동체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이루어질수있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종이한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곳 못지않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텐데. 이미 그럴만한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있을텐데... 

 

위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또 다른 사람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이와같은 가치가 존중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너지는 것은 빠르다고 말을 잊는다. 십수년간 지켜본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면, 중요한 가치들이 무너져가는 것이 도미노와 같더라. 작은 하나를 무너뜨리면, 곧 다른 가치들도 무너져내리고...

 

시네마떼끄 프랑세즈의 영화 관련 페이지에 담긴 이미지: https://www.cinematheque.fr/film/153361.html

 

대한민국은 군대가 지배하며 남긴 위계질서들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 그리고 인간관계의 곳곳에까지 배어있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잘못됨을 말하려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질서로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모두가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꾸려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기적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