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어느 작은 도시를 걸었고, 이런 곳에서 머물며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다 떠난 어떤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고, 조금씩 그 사람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었다. 이것도 이미 오래된 이야기.
2023.04.15 - [여행산책] - 독일 뮌스터 여행,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017
다음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던 시인이 얘기했었다.
"-10년 만에 찾은 한국의 인상, 어땠나요? 홍대의 인상도 궁금하고요."
“찬란한 지옥이죠. 모든 소비와 욕망이 가시화되어 있는 공간이잖아요. 이렇게 술집과 식당과 옷 가게가 밀집해있는 공간은 세계적으로 드물 거예요. 소비에서만 나오는 생동감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식의 창조로 이끌어질지 잘 모르겠어요. 홍대 문화 안에서 제가 쉴 곳이 없어요.”
김수영, '허수경 시인, 몇천년 후 우리 삶은 몇 센티의 흔적으로 남을까?', in 채널예스, 2011.
https://ch.yes24.com/Article/View/18911
'찬란한 지옥'. 내 기억 속엔 한국에 대한 인상에 대한 답으로 남아있었다. 다시보니 질문이 애매하다. 몇차례 검색해서 읽어보았던 인터뷰인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일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고향이 낯설어지는 순간은 문학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순간이에요. 자신의 뿌리를 낯설게 보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저에게 고향은 세계에서 가장 낯선 곳 중 하나죠. 자신이 가진 것들을 깨버리고 충격과 접한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서 사는 일은 좋은 것 같아요.
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신이라는 게 하나만 존재하지 않거든요. 낯선 곳에 사는 일은, 전혀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언어적인 측면에서 고향은 단 한 번도 낯설어진 적이 없어요."
나는 여기저기 낯선 곳을 다니며 이런 기분이 들었었다. 내 눈 앞의 풍경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
시인이 있었을 풍경, 매화가 피어있을 정원, 눈을 떴을 때 낯선 느낌이 들었을 방안, 그때 느꼈을 기분을 생각해본다. 2011년이 저물어가는 무렵, 시인은 얘기했다. 10년 동안 방문하지 않던 이곳과 다시 재회했고, 공부가 끝난 후 어떻게 문학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만 4년이 걸렸다고. 그리고 내년에는 독일에 들어가서 파울 첼란의 시를 번역할 것이라고. 한국에는 다시 돌아올 계획은 아직 없지만, 삶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대사처럼 '인생은 초콜릿 상자'이니까.
고향을 떠났고, 떠났던 곳으로부터 또 더 먼 곳으로 떠났고, 낯선 곳에서 공부를 했고, 시를 쓰고 번역을 했다.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몇 센티, 몇 밀리미터도 남지 않을,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인 것 같다. 금새 또 더 먼 곳으로 떠나가버렸으니.
얼마전 시인을 만났던 또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었다.
http://www.daesan.or.kr/webzine_read.html?uid=3724&ho=86
시인이 남긴 짧은 말들이 마음에 아린다.
다른 링크들도 남겨놓는다.
https://www.50plus.or.kr/detail.do?id=2789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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