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마라케시를 다녀갔을 때는 7월이었다. 올해는 5월 말. 이미 30도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었다.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제마 엘 프나 광장(Place emaa el fna)을 사이에 두고 숙소와 일하는 곳을 며칠간 왕래했다.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 광장 주변으로 좁은 골목들이 어디로 뻗어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구글 지도 등의 사용으로 퇴화하고 있는 방향 거리 감각, 주변 환경 기억 능력들을 다시 불러내며 길을 찾아다녔다.
길에서 뭘 좀 사먹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배탈이 나면 곤란한 일정이라 참았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다음 날에 배탈이 났었다는 이야기나, 주스는 너무나 달았다는 동료의 이야기에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길에서는 바나나 한 송이 사서 동료들과 나눠먹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숙소는 행사의 주최자가 정해준 곳이었고, 옥상에서 바람을 쐬는 기분이 좋았다.
여행 길에 오르기 전에 이미 신발 앞부분이 뜯어져 있었는데, 시장 골목길을 걸을 때 신발가게도 보여서, 하나 구입을 할까 망설였지만 결국 그냥 구멍난 신발을 내내 신고 다녔다. 그밖에도 짚으로 엮어 만든듯한 완제품이 아닌 형태를 지닌 물건들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구입을 하지는 않았다.
며칠 지나서 마라케시에서 카사블랑카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조금씩 나무나 수풀이 나오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나, 도시로 들어가는 풍경의 변화를 관찰하는게 흥미로웠다.
카사블랑카 역에 내렸더니, 택시 기사들이 행선지를 묻고 가격을 불렀다. 처음엔 100디르함(Dirham), 또 다른 택시 기사는 80디르함을 불렀다. 모두 거절하고 그냥 미터기를 꺾는 택시를 잡으러 갔는데, 나중에 처음 택시 기사가 50디르함을 제시했서 수락했다. 알고보니 합승자를 태우고 있었다. 카사블랑카에서는 그래도 기차역 같은 곳을 빼고는 흥정을 안해도 된다고 동료가 말해줬다. 마라케시에서 동행했던 나보다 먼저 모로코에 와서 지내던 다른 동료에 의하면, 마라케시에서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때, 제시된 금액에서 최소한 반값은 내려서 흥정을 해야한다고 알려줬다.
마라케시와 카사블랑카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밑의 사진에 담긴 커다란 광고판이 도시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의도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또한 도시의 구역별로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엇그제 올렸던 주로 벽화가 있는 곳들은 위의 사진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곳들인 것 같다.
2023.06.06 - [여행산책] - 벽화가 많은 도시 카사블랑카
벽화가 많은 도시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를 돌아다닐 때 벽화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주로 5-6층 정도의 아파트 벽면에 그린 벽화였다. 밑의 벽면은 어떤 문화 센터 담벽에 연결된 부분이었고, 그곳의 디렉터가 주관, 관리했던
a4riz.tistory.com
'부촌'으로 치장된 곳은 그곳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동료가 '빈민가'라고 알려준 어떤 곳의 공기가 내게 좀더 어떤 무언가의 기분을 기져다주었다.
마라케시, 특히 카사블랑카를 여행했을 때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길을 건너는 것이었다. 사람이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더라도 차들은 그냥 쌩쌩 달릴 뿐이었다. 횡단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라케시에서는 그래도 차들도 사람들도 다들 무질서 속의 질서를 찾아서 잘들 다니는 것만 같았는데, 카사블랑카는 차들의 위압감이 조금 더 쌔게 느껴졌다. 쩔쩔매며 손을 들고 차들에게 속도를 줄여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같기도 했다. 혼자 이렇게 쇼를 하거나, 아니면 길을 건너는 다른 사람들 옆에 서서 따라갔다. 오래전에 개구리가 길이나 강을 건너는 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 속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버스도 여러차례 탔었는데, 마라케시에서는 4디르함, 카사블랑카에서는 5디르함이었다. (1유로가 10디르함 정도). 카사블랑카의 버스에서는 와이파이가 작동해서 인터넷으로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번은 만원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단체로 싸우기까지해서 위협감을 느낄 정도였다. 버스가 커버해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 택시를 여러차례 타야했는데, 모로코에 미리 왔던 동료들은 주로 '드라이브 인'이라는 어플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몇몇 택시들은 오래전에 타본 한국의 총알 택시를 연상시키기도 했었다.
특별한 음식들을 먹지는 못했다.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었고, 동료들을 따라서 몇번 음식점에 갔을 때는 그냥 저렴한 메뉴를 시켰다. 마라케시 있을 때 며칠 야채를 못먹다가 모로코 샐러드 메뉴를 먹었을 때 좀 안심이 되기는 했다. 모르고 갔던 곳의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 놀라서 그냥 나온 적도 있었다.
슈퍼는 굉장히 촘촘하게 있는 편이었고, 까르푸 마켓도 있었다. 주로 물을 사다 먹었는데, 물가를 살펴보기도 했다. 물가가 싼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사는 곳의 야채와 과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여행 중에 풍족하게 먹어볼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그럴만한 여유를 누리지는 못했다.
일주일 여행이었는데, 굉장히 짙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또 오게 될까?
'여행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생폴 생루이 성당 산책 (2) | 2023.06.11 |
---|---|
마라케시와 카사블랑카 거리의 고양이들 (7) | 2023.06.07 |
벽화가 많은 도시 카사블랑카 (4) | 2023.06.06 |
카사블랑카 바닷가 산책 (4) | 2023.06.06 |
마르세유 9/10 구청 공원 나무들 (3) | 2023.05.29 |
마르세유 보자르 근처 산책 (1) | 2023.05.27 |
파리 4구 보주 광장 산책 (3) | 2023.05.12 |
파리 오뗄 드 슐리 정원 산책 (6) | 2023.05.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