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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프랑스 파리, 빨래방 이용에 관한 고민

by JeanJac 2023. 4. 20.

파리엔 세탁기가 없는 집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지금 사는 집이 가구가 갖춰진 월세인데, 세탁기는 없다. 세탁기를 살 생각도 해보았으나, 설치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작은 세탁기를 찾아보기도하고, 자리를 궁리해보기도 하다가, 벌써 이 집에서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의 삶의 경험에 의한 계산에 의하면, 한 집에 2년 정도 살거면 세탁기를 사는게 경제적이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흘러갔고, 앞으로 1년쯤 이 집에 더 있게될 것 같아, 그냥  계속 빨래방에 다니고 있다. 

 

전에 살던 집에는 꽤 오래 살았었는데, 처음에 저렴한 가격의 중고를 샀다가 후회 막심이었고, 이후 세탁기 교체만 두 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저렴했던 중고 세탁기로는 빨래가 세탁기를 청소하는 듯했고, 오래 가지 못해서 모터가 타버렸었다. 두번째 세탁기는 그래도 그 가격의 할만큼 일을 하고 역시 모터가 타들어가며 사망하였다. 세번째는 큰맘먹고 보증 기간을 길게 잡는 비용을 지출했는데, 그 집에서 나오기 얼마 전, 보증 기간을 넘기고 나서, 맛이 가기 시작했었다. 

 

한 곳에 오래 정착을 해서, 조용하고 멋진 세탁기를 장만해볼 꿈(세탁기에 와인잔도 막 올려놓고 마시는 뭐 그러는 광고 장면도 있지 않나?)을 꿔보기도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사는 곳에서는 주로 두 군데의 빨래방을 이용한다. 첫번째는 시립도서관과 가까운 곳이라서, 빨래를 넣어놓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카드로 지불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청소상태는 그래도 이용할만한 정도. 다른 사람이 쓴 세제 냄새가 빨래에 밴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현금이 떨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잘 가지 않게 된다. 

 

두번째 빨래방은 아마 이 동네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인듯하다. 사람이 많아서, 주말과 월요일은 피한다. 세탁기를 청소하는 사람과 자주 마주칠 정도로, 세탁기 상태가 좋다. 주인이 직접 와서 관리를 하는듯하다. 정말 성실하게 해야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실 집 앞에 가장 가까운 빨래방이 있는데, 완전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딱 한번 갔었고, 세탁기가 작동하기는 한다. 

 

 

빨래방을 이용하면,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다녀야하는 어려움이 있고, 또 고민해야할 사항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빨래 시기를 맞추는 것부터 빨래의 종류와 양을 정해야한다. 특히 건조기를 돌리는 건 매번 2번을 돌릴지 3번을 돌릴지 고민하게 된다. 20분 정도 돌리면 살짝 덜마르고, 30분을 돌리면, 좀 과하다. 옷이 좀 마모되기도한다. 빨래방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 2번을 돌리고, 살짝 늦게 찾아가는 방법도 있긴한데, 이것도 신경쓰이는 일이라, 그냥 30분을 돌려버리게 된다. 상황이 이러니, 오래 입을 생각으로 옷을 구입하기는 힘들다. 

 

여름 두 달 정도만 빨래를 건조기에 돌리지 않고 집에 가져와서 말릴 수 있다. 나머지 날들은, 축축해지기만하고 잘 마르지 않는다. 집에 세탁기가 있는 경우에는, 한번에 많은 세탁을 하지 않고, 널어서 말릴 수 있는 날씨 상태에 따라 빨래의 양을 조절하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아서, 빨래방에서 세탁만하고 집에 가져와서 옷을 말릴까 고민도 해보았으나, 갑자기 날이 흐려지고 결국 전기난로를 켜야 빨래를 마저 말릴 수 있는 상황으로 끝난 적이 많기에, 오늘도 그냥 건조까지 마무리해버렸다.  

 

 

빨래방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건조기의 시간과 가격을 달리해놔서 나의 고민 거리는 늘어난다. 첫번째 빨래방에서는 4.8+(1.5x2)=7.8유로를, 두번째 빨래방에서는 4.4+(1.2x3)=8유로를 쓰게 된다. 최근에 조금씩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전기세가 엄청나게 올랐으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엔 빨래방에 가면 빨래하러 온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프랑스에서는 그밖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과 친밀함과 배려를 나누는 분위기들이 있었다. 물론 각 태도에는 애매하고 좀 부담되는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들이 점차 사그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시대에 따른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배려의 태도가 사라져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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