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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인공지능이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덜어준다는 생각의 문제점

by JeanJac 2023. 4. 2.

작년 말부터 챗GPT와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현재의 내가 삶의 많은 시간을 모(국)어가 아닌 2차, 3차 습득 언어를 쓰며 지내고있는 상황이라, 문장 구성과 문법 확인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눌수있는 챗GPT가 무척이나 유용하다. 

 

챗GPT가 한국에서도 아주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한국어로 생산되는 관련자료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발빠름이 화제선점 및 전문가라는 위치의 선점 그리고 마케팅 선점에 집중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도하다. 

 

어떤 전문가로 나온 사람이 챗GPT를 통해 다른 언어를 배우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황망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와같은 태도는 해당 언어와 관련된 이해와 공감의 영역을 자동화, 외주화시켜버리는 것을 경제성의 논리로 당연시 여기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때문이다. 

 

아르떼 채널에서 방영한 다음 영상(28 minutes, 30분무렵)에서 작가이자 철학자인 가스파르 커니그(Gaspard Koenig)는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나뭇잎을 식별해서 어떤 나무인지 알려주는 것, 아주 좋고 훌륭한 발전이라고 예를 든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내가 누구를 알아야하고, 만나야하고, 어디에 내 연인이 있고, 어떤 일을 내가 해야하는지 아는척하며 말하면, 내가 그에게 나 자신을 위임한 것인데, 점점 이 사회에서는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https://www.arte.tv/fr/videos/109500-117-A/28-minutes/

 

28 minutes - Frédéric Ferrer / L'IA va-t-elle nous remplacer ? (14/02/2023) - Regarder l’émission complète | ARTE

Ancien géographe, l'acteur et metteur en scène Frédéric Ferrer est en tournée avec ses spectacles-conférences décalés et passionnants / Face au succès fulgurant de ChatGPT, le robot conversationnel d'OpenAI, Google dégaine à son tour son chatbot

www.arte.tv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세상을 보는 창을 여는 것인데, 언어로 구성된 생각의 영역까지 자동화, 외주화시키는 것을 시간 절약의 논리로 합리화시키는 것은 사적 결정 영역의 '위임'에서 한걸음 더 주저않은 태도로 보인다. 물론 경제성의 논리로 번역의 자동화를 적용할수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다. 예를들면 다른 언어로 말하는 장소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중요 정보를 파악하거나, 급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거나 등등. 

 

그런데 이걸 학문과 예술의 영역에까지 적용시킨다는 것은 의식 확장의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것일 수 있다.

 

인류학자 웨이드 데이비스(Wade Davis)가 다음 영상(TED, 3분무렵)에서 말한 것처럼 언어는 인간 정신의 빛남이기도 하다. 

 

https://www.ted.com/talks/wade_davis_dreams_from_endangered_cultures

 

Dreams from endangered cultures

With stunning photos and stories, National Geographic Explorer Wade Davis celebrates the extraordinary diversity of the world's indigenous cultures, which are disappearing from the planet at an alarming rate.

www.ted.com

 

각각의 언어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있다. 기본적인 어휘에서부터 의미의 스펙트럼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몸속에 의식을 새롭게 혹은 새로운 의식을 엮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챗GPT가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언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것을 합리화시킬 도구로 여기는 것은 안일하고 위태로운 태도일 수 있다. 학자로서 이와같은 말을 한다는 것, 학문에대한 불성실한 태도의 한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르떼 채널에서 방영한 밑에 영상(Idée 3D, 5분30초무렵)에서 철학자 마크 크레퐁(Mark Crépon)은 우리와 언어의 관계는 시간을 들여야하는 것이고, 자동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은 인공지능의 언어에 적용한 경제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며, 그건 시간의 경제성을 바탕으로하기때문이라고. 우리와 언어의 관계에서 시간이 절약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https://www.arte.tv/fr/videos/111792-002-A/idee-3d/

 

Idée 3D - Intelligence artificielle : qui tient la langue ? - Regarder le documentaire complet | ARTE

La langue a toujours été un instrument de domination politique et sociale. De la Chine ancienne jusqu'en Europe, le nombre de mots maîtrisés et de langues apprises signaient l'appartenance à une élite. L’intelligence artificielle remodèle totalem

www.arte.tv

 

지금도 시간과 경비절약의 차원에서 인간 정신의 많은 가능성들이 삭제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문, 예술 영역의 번역가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만 보아도 그렇다.

 

게다가 지금 이대로라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보편화가 가져올 언어습득 노력의 불필요성은 소수언어들을 배우는 일의 불필요성쪽부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아프리카 언어의 상황은 좋지 않다. 위의 영상에서(10분무렵) 머신 러닝 박사과정에 있는 오모레베이크 아덴러(Omolabake Adenle)[각주:1]는 아프리카 언어의 경우 디지털시대의 기술 환경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의 입장을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언어를 다루지 않는다며.

 

한국어의 상황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챗GPT나 빙챗 등을 프랑스어나 영어로 쓸 때 얻을 수 있는 자료와 한국어로 쓸 때 얻을 수 있는 자료의 양과 질이 다르다. 빙챗의 경우, 한국어로 한 질문인데,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자료를 찾고, 이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답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것은 단지 해당 언어로 된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보다 오래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전문가가 얘기한것처럼, 번역기에서 영어로 잘 번역되도록 한국어 문장을 쓰는 것이, 한국어 문장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라는 식의 말이 이런 문제 상황을 잘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각주:2]. 한국어와같이 현재 영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언어의 경우는 더욱더, 사람들의 언어 사용 방식이 번역기에서 영어로 수월하게 번역되도록 문장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다.

 

번역기로 수월하게 영어로 번역되는 한국어 자료들, 번역기를 통해 영어[각주:3]로부터 한국어로 번역될 자료들, 이를 주요 바탕으로 구성된 언어환경 속에서는 점차로 한국어를 익혀야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기 쉬운 것은 아닐까?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글쓰기 기계, Jonathan Swift, Travels into Several Remote Nations of the World. In four parts. By Lemuel Gulliver, Firt a Gurgeon, and then a Captain of Several Ships, 1727, Dublin, Faulkner, 1735, image trouvée dans le site : https://babel.hathitrust.org/cgi/pt?id=mdp.39015078560144&view=1up&seq=269 Voir aussi l'article de Amélie Derome, « Totalité et infini de la machine à tout dire de Gulliver's Travels : du programme littéraire au programme informatique », in La Force du commerce, 77/2020, disponible sur le site de l'OpenEdition : https://journals.openedition.org/1718/5936

 

  1.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할까? 다음 사이트의 발음을 참고했다. https://fr.howtopronounce.com/omolabake  https://fr.howtopronounce.com/adenle [본문으로]
  2. 물론 이와같은 시기의 언어 발전 과정의 한 특성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글쓰기 방식의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3. 그리고 인공지능 언어 환경에서 주요 소통 언어로 여겨질 수 있을 몇몇 다른 언어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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