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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책

2018년 한국 여행, 낯선 낯익음

by JeanJac 2023. 4. 27.

2018년 가을에 한국을 여행했었다. 13년만이었다. 공항에 내려서, 내가 가려는 방향의 지하철을 찾고, 표를 사려고 한시간 가까이 헤매었던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십수년만에 보는 풍경인데도 너무나 익숙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미세하게 낯설었다. 낯익은 낯설음 혹은 낯선 낯익음. 아마도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가 말했던 것[각주:1]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

 

서울에 와서 서촌쪽에 있는 캡슐 호텔에서 며칠을 묵었었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머물고 있었는데, 이름이 B로 시작하는 어떤 대중 음악 그룹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고,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자 굉장히 놀라워했다. 한국 사람이 한국에 대해서 자기들보다 모른다며. 

 

한국 여행 동안 낯익은 낯설음은 계속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도 이방인이지만, 이제 전에 내가 있었던 곳에서도 낯선 사람인 기분.

 

골목길을 많이 걸어다녔다. 아주 오래 전에 가보았던 곳들. 그냥 버스를 타고 아무데나 내려서 걸어다녔던 곳들.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들이 귀에 쏙쏙 들려오는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다. 마치 그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기분이었다. 사토라레라는 영화가 그런 내용이지 않았었나?

 

남겨둔 사진을 많이 지웠고, 나머지를 지우려고 블로그에 정리해본다.

 

한국에 도착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 길고양이 급식소 옆에 있는 고양이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까치? 이상한 내가 이상한 광경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나?

 

 

그리고 어떤 갤러리 앞에서 만난 다른 고양이들.

 

 

아무것도 아닌 그냥 거리 사진들.

 

 

사진으로만 봤던 청계천.

 

청계천

 

익숙하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글귀들이 적힌 현수막, 천막들. 미래사회가 되었는데, 중세의 신분제가 존재하는 사회로 그려지는 SF영화를 보는 느낌.

 

 

전에도 보았던 것 같은데, 관광객의 기분으로 바라보는 풍경들.

 

덕수궁

 

SF영화의 네오 서울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구시청 뒤의 신시청.

 

서울 시청

 

여전히 걸을 때 그리운 기분이 드는 골목들.

 

덕수궁 돌담길
서울 시립 미술관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친숙하지만 낯설은 풍경.

 

광화문

 

그리고 말을 이을 수 없게 만든 장면들.

 

세월호 광화문 분양소세월호 광화문 분양소

 

그 바로 옆에는 또 완전히 다른 세상.

 

 

로봇 기지처럼 변한 것 같은 세운상가.

 

세운상가

 

어떤 거리.

 

동대문

 

어떤 미술관.

 

아라리오 미술관아라리오 미술관

 

이제는 아마 문을 닫았을 어떤 예술 공간.

 

시청각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는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조각.

 

인사동

 

오래전에 왔었던 것 같은 냉면집.

 

 

비밀 통로 같았던 시장.

 

통인시장

 

밤에 본 궁의 입구.

 

창경궁

 

낮에 본 또 다른 궁의 둘레.

 

경복궁
경복궁

 

길을 잃고 헤매던 거리.

 

 

헤매다 만난 화분. 거인국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

 

신영동 보호수
신영동 보호수신영동 보호수신영동 보호수

 

내가 자주 가서 앉아있었던 정독 도서관.

 

정독도서관

 

이렇게 해지는 모습을 보았던 날들이 많았었다. 

 

 

  1. Sigmund Freud, « L'inquiétante étrangeté », in L'inquiétante étrangeté et autre essais, Trad. de l'Allemand par B. Féron, Paris, Gallimard, 1985, pp. 209-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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