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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2026년 새해 첫날,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산책

by JeanJac 2026. 1. 1.

새해 첫날 아침, 해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구를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워낙 귀한 분이시고, 언제 또 오실 지 몰라,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찍 문 밖으로 나선다.

 

파리의 한적한 길거리 모습2026년 새해. 파리의 한적한 길거리 모습
2026년 1월 1일, 파리의 거리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북적이던 시장 거리마저 차가운 공기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제일 먼저 인사를 건낸 건, 동네 고양이. (아직 한방향의 인사다.)

 

그리고 사람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강아지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며 조용한 거리를 만끽한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페르 라셰즈 묘지 쪽으로 산책을 많이 다녔는데, 여기서는 몽파르나스 묘지로 향한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2026년 새해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길, 2026년 새해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사잇길, 2026년 새해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2026년 새해

 

 

나무들이 살 만하다고 속삭이는 곳은 파리에서 흔하지 않다. 

 

여기선 땅을 밟을 수도 있고, 또 '유령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수잔 손탁의 묘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수잔 손탁

 

 

"봉주르, 수잔"

 

지나가다 마주친 친구에게, 새해 인사를 건넨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나무와 길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사잇길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몽파르나스 묘지 큰 길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여러 길

 

 

넓은 길도 있지만 지나가기에 비좁은 길도 있다. 이나면 샛길로도 갈 수 있다.

 

혼자 사는 집도 있지만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집도 있다. 

 

누군가는 조용한 걸 선호하고, 또 누군가는 늘 손님을 맞이하느라 북적거린다. 

 

서로 다르지만 어루어져 하나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몽파르나스 묘지,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집에는 벌써 손님이 와있다. 

 

낯을 가리는 나는 뒤라스의 집으로 향한다. 

 

사라 코프만네 집 근처다.

 

몽파르나스 묘지, 마르그리트 뒤라스몽파르나스 묘지, 사라 코프만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사라 코프만

 

 

'이상하네... 분명 여기였었는데, 내가 안 온 사이 이사를 갔나?'

 

기억하고 있던 장소를 뱅뱅 맴돌다 겨우 도착했다. 새로 들인 나무가 대문을 가리고 있었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출입구몽파르나스 묘지 돌담길몽파르나스 묘지 돌담
몽파르나스 묘지, 문과 길

 

 

몽파르나스 묘지는 중간을 가로지르는 길 때문에, 마치 두 동네처럼 나뉘어 있다. 

 

하나의 문을 나서면, 언제든 또 다른 문으로 들어설 수 있다. 

 

 

몽파르나스 에릭 로메르 묘지
에릭 로메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이 이제 여기 모여, 동네를 이루었다. 

 

누군가의 집은 언제 지었는지 모를 정도로 이끼가 무성하고, 또 어느 집은 이제 막 숨을 고른 듯 햇살에 반짝인다. 

 

그리고 아직 집을 짓지 않은 빈 자리들까지, 산책자에게 마음을 열어 주는 동네.

 

다음에 또 오겠다고 약속하며, 이제 동네를 나선다. 

 

몽파르나스 사뮈엘 베케트 묘몽파르나스 묘지, 크리스 마커 납골당
사뮈엘 베케트와 크리스 마커

 

 

나가는길, 마주치는 친구들과도 새해 인사를 나눈다. 

 

나도 이제 간다고 하고, 또 잠시 멈춰, 한참을 이야기하는 프랑스 사람들 같다. 

 

" 본 아네, 사뮈엘"

 

"아비앙또, 무슈 샤"

 

몽파르나스 묘지, 크리스 마커, 고양이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크리스 마커에게 보내는 메세지
누군가가 크리스 마커에게 남긴 메세지

 

 


 

파리 산책 영상을 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 Paris étranger에도 오늘의 한 순간을 담았답니다. 

 

https://youtube.com/shorts/sS3wTyrcSVo?feature=share

Paris étranger youtube

 

 

그리고 2023년 4월의 몽파르나스 묘지의 모습도 블로그에 담겨있습니다. 

2023.04.09 - [산책] -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산책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산책

2023년 4월 봄이 오는 중. 파리에서 나무들이 숨 쉴 수 있는 몇몇 곳 중에 하나. 얼마전까지는 뻬흐 라쉐즈 묘지(Cimitière du Père-Lachaise)에 산책 다닐수있는 곳에 살았었는데, 최근엔 몽파르나스 묘

a4riz.tistory.com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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