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해석을 통해 한 예술가의 이미지를 만들며 글을 쓴다. 그 글을 또 다른 누군가가 참고하여 또 글을 쓴다.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연구도 없이, 또한 참고 자료 연구와 표기도 없이, 편견에 가까운 고정된 어떤 이미지가 당연하게 한 작가에 대한 해석이 되어버린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누구보다도 더 함부러, 당연한듯 고정된 이미지의 해석이 반복 재생산되는 예술가 중 한명일테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당연하게 말하고 쓰니, 판단을 할만한 직접적인 자료를 찾는 것이아니라, 그 편견을 자신의 지식으로 곧바로 받아들여 자신은 이에관해 안다고 여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주입하여 읊어낸다고, 그 내용이 자신의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닐테다.
다음의 라디오 방송 « 라흐에라마띠에흐 » (L'art est la matière)에서 미술사학자 루카스 글루어(Lukas Gloor)는 반 고흐의 고립되고 외로운 '신화적' 이미지에는 부합하지 않는 화가의 모습들을 제시한다. 반 고흐가 당시 예술품 수집가들에게 인기있는 화가는 아니었고, 살아있을 동안 작품 판매를 거의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파리의 국제적 예술 현장을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 예술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아무나가 아니라, 에밀 베르나르(Émile Bernard, 1868-1941),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등 당시의 대표적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네오 인상주의의 화가의 기법을 받아들이려 하는 등, 성공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는 것이다.
한 작가의 인간됨, 성격, 삶의 태도 등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3차, 4차, 5차 자료들보다, 그가 쓴 글들을 직접 읽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사이트에 고흐의 편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
https://vangoghletters.org/vg/
1872부터 1890년 죽을 때까지, 테오에게 쓴 편지에 특히 찾아볼 내용이 많다. 위의 라디오 방송에서 얘기된 것처럼,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는 고흐가 중요하게 참고했던 화가였던 것 같다. 다음 편지에 관련 내용이 있다.
https://vangoghletters.org/vg/letters/let036/letter.html
다음 편지엔 램브란트(Rembrandt, 1616-1669)의 그림을 본 고흐의 감상이 담겨있다.
https://vangoghletters.org/vg/letters/let762/letter.html
다음과같이 고흐의 편지를 낭독하는 라디도 방송도 많이 들었었다. 1888-1890까지 테오에게 보낸 편지 부분을 담은 방송이다.
나는 오래 전에 배우 미카엘 롱스달(Michaël Lonsdale, 1931-2020)의 낭독 버전을 도서관에서 빌려 MP3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들었었는데, 여기에서 느껴지는 빈센트 반 고흐는 상당히 순진하면서도 때가 탄, 성(聖)스러움과 성(性)스러움이 중첩된 인물로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한편으로는 성직자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으면서, 또 '적나라한' 세속에서 예술가의 삶을 살아갔기에, 이토록 모순을 담고도 그걸 예술의 동력으로도 만들기도하며 살아간 한 인간이란 생각도 든다.
고흐의 모습을 재현했던 영화 중에는 모리스 피알라(Maurice Pialat, 1925-2003)의 영화 Van Gogh (1991)말고는 기억나는게 별로 없다. 물론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1910-1998)라 감독의 영화 꿈(1990)의 장면들의 이미지들은 그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다. 모리스 피알라가 재현한 고흐 역시 상상의 재현일테지만, 다른 재현물들에 비해 좀 '싸가지없고', '치사해보이는' 고흐일테지만, 어떤 점에선 한 점의 진실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편견을 거둬낸 한 예술가의 모습은 감정이입이 좀 덜 되는 초라해보이거나 딱딱해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같이 남이 하는 말들을 뒤로하고 직접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어떤 한 예술가의 인간적 면모를 발견해낼수있을 좋을 기회를 제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가 쓴 고흐에 관한 글 « 반 고흐 사회가 내몬 자살 »(Vant Gogh le suicidé de la société)은 중요한 참고자료다, 작가가 그냥 막 쓴거 같다고 하더라도. 전에 PDF로 자료를 만들어두었는데, 못찾겠다. 다음의 전자책 링크를 검색해서 남긴다.
https://ebooks-bnr.com/artaud-antonin-van-gogh-le-suicide-de-la-societe/
최근 루브르 박물관의 « 사물들 »이라는 전시에는 고흐의 아를르의 방 그림이 전시되었었다. 맥락이 이상하지만 닿아있다.
2023.02.19 - [예술/미술관] - 사물들, 루브르박물관 전시회, 2023
오르세에 미술관에 갈 때 고흐의 그림도 자주 자나쳤는데, 사진을 잘 찍어두지 않았다. 2005년 앨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고흐의 그림 자료 사진들이 나온다. 그것도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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