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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을 태우는 세상 « 화씨 451 », 오늘의 세상과 비교해볼 점

by JeanJac 2025. 12. 29.

소방관의 역할이 불을 끄는게 아니라 책을 불태우는 일이라니, 그런 세상도 있음직하다.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가 화씨 451(Fahrenheit 451)에서 그리는 세상이 바로 그렇다. 1953년에 그린 이 어느 미래 사회는 어쩌면 오늘의 모습이랑 닮았다. 당시에는 텔레비전이라는 강력한 매체의 출현에 대한 공포가 소설이 그려내는 미래사회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 이야기가 예지였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줄거리 일러스트레이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줄거리 일러스트레이션 (NotebookLM이 이미지에서 한글을 제대로 생성해내지 못한다)

 

1. 화씨 451이 그리는 미래 사회와 오늘 : 소프트웨어

 

화씨 451이 그리는 세상에서는 책이 쓸모없게 여겨진다. 소설 속 인물 페이퍼 교수의 말대로 대중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책 읽기를 멈춘 것에 가까운 세상이다. 물론 아직도 책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소방관'들이 그들의 책을 찾아내서 불태워버린다. 어찌보면 소방관의 역할은 부차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소방대장 비티가 몬태그에게 내뱉은 '독설'이 책의 가치가 사라진 그 상황을 설명하는 한줌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제 우리 문명 속의 소수 집단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인구가 많아질수록 소수 집단도 많아지는 법이지. 개 애호가들, 고양이 애호가들, 의사, 변호사, 상인, 추장, 모르몬교도, 침례교도, 유니테리언교도, 중국인 2세, 스웨덴인, 이탈리아인, 독일인, 텍사스인, 브루클린 사람들, 아일랜드인, 오레곤이나 멕시코 출신들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 돼. 이 책, 이 연극, 이 TV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 화가나 지도 제작자, 정비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이야.
몬태그, 시장이 커질수록 논란거리는 다루지 않게 된다는 걸 명심하게! 자기네 배꼽만큼은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 모든 소수 중의 소수 집단들 말일세. 사악한 생각으로 가득 찬 작가들이여, 타자기를 치워버리게. 그리고 그들은 정말 그렇게 했지. 잡지는 바닐라 타피오카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혼합물이 되었어. 그 빌어먹을 속물 평론가들의 말에 따르면 책은 설거지물처럼 싱거워졌지. 평론가들은 책이 안 팔리는 게 당연하다고 했어. 하지만 대중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았고, 즐겁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만화책만은 살아남게 내버려 뒀어. 물론 3차원 입체 포르노 잡지들도 함께 말이야.
자, 몬태그. 이게 바로 진실이라네. 이건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강요한 게 아니야. 처음부터 어떤 명령이나 선언, 검열이 있었던 게 아니란 말일세! 아니야! 기술, 대중 착취, 그리고 소수 집단의 압력이 이 일을 해냈지, 신께 감사하게나. 그들 덕분에 오늘날 자네는 항상 행복할 수 있고, 만화책이나 옛날 방식의 고해성사 잡지, 혹은 업계 전문지나 읽는 것이 허용되는 걸세."[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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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let's take up the minorities in our civilization, shall we? Bigger the population, the more minorities. Don't step on the toes of the dog-lovers, the cat- lovers, doctors, lawyers, merchants, chiefs, Mormons, Baptists, Unitarians, second-generation Chinese, Swedes, Italians, Germans, Texans, Brooklynites, Irishmen, people from Oregon or Mexico. The people in this book, this play, this TV serial are not meant to represent any actual painters, cartographers, mechanics anywhere. The bigger your market, Montag, the less you handle controversy, remember that! All the minor minor minorities with their navels to be kept clean. Authors, full of evil thoughts, lock up your typewriters. They did. Magazines became a nice blend of vanilla tapioca. Books, so the damned snobbish critics said, were dishwater. No wonder books stopped selling, the critics said. But the public, knowing what it wanted, spinning happily, let the comic books survive. And the three-dimensional sex magazines, of course. There you have it, Montag. It didn't come from the Government down. There was no dictum, no declaration, no censorship, to start with, no! Technology, mass exploitation, and minority pressure carried the trick, thank God. Today, thanks to them, you can stay happy all the time, you are allowed to read comics, the good old confessions, or trade journals."

Bradbury, Fahrenheit 451, Simon & Schuster Paperbacks, 2013(1953), pp. 72-73.

 

하지만 비티의 화법은 페이퍼 교수의 지적처럼 교묘("He's slippery")하며 논리를 꼬아 진실을 뒤틀어버린다. 이는 오늘날 현실에서도 종종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 화법과 논리 전개 방식이다. 요즘 정치 사회적 상황 전개 저변에도 이런 사고방식과 그를 토대로한 행동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2. 화씨 451이 그리는 미래 사회과 오늘 : 하드웨어

주인공 가이 몬태그도 '소방관'의 일원이다. 그리고 몬태그와 그의 아내 밀드래드가 보여주는 다음 장면은 그 세상의 일상을 잘 보여준다. 

 

“오늘 오후에는 뭘 하지?” 그가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음, 이건 10분 뒤에 전면 벽 회로로 방송되는 연극이야. 오늘 아침에 내 배역을 우편으로 받았어. (제품) 상자 윗부분들을 보내서 신청했지. 대본은 일부러 한 역할이 빠진 채 쓰는데, 이게 새로운 아이디어래. 주부, 바로 내가 할 역할, 그게 빠진 부분이지. 빠진 대사가 나올 차례가 되면, 세 개의 벽 속 사람들 모두가 나를 바라봐. 그러면 내가 그 대사를 말하는 거야. 예를 들면 남자가 ‘이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헬렌?’그러면서 여기 무대 중앙에 앉아 있는 나를 쳐다봐, 알겠지? 그러면 내가 말해. 내가 말하는 거야….”
그녀는 잠시 멈추고 대본의 한 줄 아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좋다고 생각해!’그러고 나서 연극은 계속 진행돼. 그러다 그가 다시 말하지.‘그 의견에 동의해, 헬렌?’그러면 내가 말해.‘물론이지!’ 재밌지 않아, 가이?”
그는 복도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재밌어.” 그녀가 말했다.
“연극 내용은 뭐야?”
“방금 말했잖아. 밥이랑 루스랑 헬렌이라는 사람들이 나와.”
“아.”
“정말 재밌어. 네 번째 벽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 훨씬 더 재밌을 거야. 우리가 돈 모아서 네 번째 벽을 뜯어내고 벽면 TV를 하나 더 들일 수 있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이천 달러밖에 안 해.”
“그건 내 연봉의 3분의 1이야.”
“이천 달러뿐이잖아.” 그녀가 말했다.“그리고 당신도 가끔은 나를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네 번째 벽이 있으면 말이야, 이 방이 더 이상 우리 방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거야. 온갖 이국적인 사람들의 방이 되는 거지. 몇 가지는 없어도 되잖아.”
“우린 이미 몇 가지를 포기하고 있어. 세 번째 벽 값 치르느라. 그거 설치한 지 이제 두 달밖에 안 됐잖아, 기억해?”
“벌써 그렇게 됐나?”그녀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럼, 안녕, 여보.”
“안녕.” 그가 말했다. 그는 멈춰 서서 몸을 돌렸다.“결말은 해피엔딩이야?”
“아직 거기까지는 안 읽었어.”
그는 다가가 마지막 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본을 접어 그녀에게 건네고는, 비 내리는 밖으로 집을 나섰다.[각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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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on this afternoon?" he asked, tiredly.
She didn't look up from the script again. "Well, this is a play comes on the wall-to-wall circuit in ten minutes. They mailed me my part this morning. I sent in some box tops. They write the script with one part missing. It's a new idea. The homemaker, that's me, is the missing part. When it comes time for the missing lines, they all look at me out of the three walls and I say the lines. Here, for instance, the man says, What do you think of this whole idea, Helen?' And he looks at me sitting here center stage, see? And I say, I say" She paused and ran her finger under a line on the script. “ I think that's fine!' And then they go on with the play until he says, 'Do you agree to that, Helen?' and I say, 'I sure do!' Isn't that fun, Guy?"
He stood in the hall looking at her.
"It's sure fun," she said.
"What's the play about?"
"I just told you. There are these people named Bob and Ruth and Helen." "Oh."
"It's really fun. It'll be even more fun when we can afford to have the fourth
wall installed. How long you figure before we save up and get the fourth wall torn
out and a fourth wall-TV put in? It's only two thousand dollars."
"That's one-third of my yearly pay."
"It's only two thousand dollars, she replied. “And I should think you'd consider me sometimes. If we had a fourth wall, why it'd be just like this room wasn't ours at all, but all kinds of exotic people's rooms. We could do without a few things."
“We're already doing without a few things to pay for the third wall. It was put in only two months ago, remember?"
"Is that all it was?” She sat looking at him for a long moment. “Well, goodbye, dear."
"Goodbye," he said. He stopped and turned around. “Does it have a happy ending?"
"I haven't read that far."
He walked over, read the last page, nodded, folded the script, and handed it
back to her. He walked out of the house into the rain.

Bradbury, Fahrenheit 451, Simon & Schuster Paperbacks, 2013(1953), pp. 32-33.
 

 

프랑수아 트리포(François Traufaut, 1932-1984, 프랑스) 감독은 그의 영화 화씨 451 (1966)에서 조금은 다르지만 역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거실에서 몬태그와 린다(밀드래드의 영화 속 이름)가 벽면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 텔레비전에서 갑자가 빨간 불빛과 삐하는 소리가 나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린다에게 질문하는 장면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1
TV 속 인물이 답을 아냐고 린다에게 질문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2
어서 답하라는 몬태그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3
답변하는 린다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4
TV 속 인물들이 린다의 답이 맞았다고 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5
TV 속 인물들이 린다가 옳다고 말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화씨 451 거실 텔레비전 장면 6
TV속 인물들이 린다에게 훌륭하다고 말한다. (장면 순서가 꼬여있을 수도 있다)

 

소설에 비해 단순화된 장면일 수 있지만, 영화대로 연출이 재밌고 배우들의 표정이 압권이다. 

 

아무튼 이 장면들은 오늘날 충분히 이미 실현되어 있는 소셜미디어 '인터렉티브'의 공허한 실상을 예고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다. 

 

3. 정리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 볼 점으로 두가지 장면만을 꼽아봤는데, 이 장면들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설도 영화도 이밖에 많은 장면들이 생각하고 이야기해볼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도 계속 생각해보게 한다. 비극이면서도 비극을 극복하는 희망을 담은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렇지만 예전엔 어떤 면에선 이건 너무 아쉬운 장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설 속 이야기나 현실에서나) 이 정도도 해내기 쉽지 않을 진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생각을 두리뭉실 정리하며 글을 마친다. 

 

 

 

 NotebookLM에서 생성한 영상은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https://youtu.be/ADBqdg7jJqs?si=DZ8eg1oMgUc-4HD1

Wind Art Mind 유튜브

 


  1. NotebookLM과 ChatGPT 번역 종합 편집 [본문으로]
  2. NotebookLM과 ChatGPT 번역 종합 편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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