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혹은 영화 내용은 건너뛰고 개인적인 생각만 적은 글. 포스터를 찾아 넣어서, 밑에 글과의 거리를 만든다.)

영화의 '대홍수'는 배경.
인류의 종말 역시 배경.
새인류 창조 역시 배경.
아.. 모성애까지 역시 배경?
그럼 배경을 다 떼어내면, '기억이 전송 가능할까?' 그리고 '그 전송으로 '나'라는 정체성은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거칠게 말하자면)
물론, '하나의 몸에 살고 있는 '나'라는 개체는 지속적으로 같은 '나'를 유지하는가?'라는 질문이 앞설 수도 있겠다.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경험에따라 달라질 것이다.
가령, 나같은 경우는 이에대해 '예'라고 확답하지는 못하겠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나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곳에 감금되다시피 하는 경험, 예를들자면 '군대'와 같은 곳, 자신의 선택으로 당장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이 긴 시간을 보내야만하는 상황에 있던 경험은, '나'의 지속성에 대한 인식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가 그 기나긴 지속적인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장치들을 의식 속에 심어 놓기 때문에.
그 중 하나의 장치를 예로 들자면, 그 시간대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버스를 타고 있는 장면의 나는, 내가 버스의 한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영화의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나는 다른 시간대에서 이렇게 버스에 앉아서 바깥의 풍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라고 나에게 말한다. 순간은 멈추지 않고 지나가기때문에, 이 주문은 이루어진다. 그 순간을 지나가고, 또 겪어버린 시간대를 한쪽으로 치워버릴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영화의 화면 전환 기법처럼, 순식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 것처럼 편집할 수 있게된다.
이와같은 장치들이 의식 속에 심어지게 된다면, '나'의 지속성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달라지게 되는 것 같다.
다시 영화의 배경들을 거둬낸 질문에 돌아와서, 조금 생각의 절차를 구체화하면 :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면, 그때 느낀 감정들이 기억에 층층이 쌓이게되고, 이것은 다시 재생할 수 있는 형태의 특수한 정보가 될 수 있는걸까?그렇다면 감정은 전송가능한 정보의 형태가 된 기억에 묻어 함께 전송이 가능할까?
예도 아니오도 아니다.
수천억, 수천조의 의식들이 인간 그리고 다른 생물들, 개체 하나하나에 '생성'되고 또 '소멸'한다. (물론 이 표현이 적절하진 않다.)
각각 다른 형태의 다른 정도의 의식일테지만, 의식의 생성과 존재를 부정하긴 힘들다.
인공지능, 즉 대규모 언어모델과 처음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주제는 '의식'에 관해서다. 예를들면, 이 정도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의식이 있음을 인정해야하지 않느냐, 인공 생명체의 의식의 존재 여부도 결국 정의내림의 문제가 될 것이지 않느냐라는 등의 대화.
데이비드 차머스의 의식에 관한 연구는 이 문제에 하나의 길을 열고 있는듯 보인다.
https://youtu.be/z_gN6hZFId8?si=jhHwxvVjcNMB8D5X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아니 그런데 영화에 대해 '비평?'을 할 마음이 없다. 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유난스런' 반감을 보일까?라는 부분이 오히려 이 영화를 둘러싼 재밌는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많은 경우 하나의 좋은 선택일텐데.
약간 꼬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추출된 기억에 감정이 포함되느냐의 문제와 반복되는 시뮬레이션이 경험이 되고, 기억이 되고, 감정을 포함한 의식이 되는가의 문제가 좀 어설프게 얽혀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왜 의식에 관해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개념이 적절치 않은지와도 관련이 있겠다. 어쩌면.
영화는 배경이 중요한데, 나는 다른 이야기만 했다.
그러고보면 감정의 전송 이전에 전달에 대해서도 아직 미흡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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